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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민간인학살 '조병옥' 흉상 제작? 제2 조병옥 만들참인가

강북구청, 잠정 보류에 시민사회 촉각세워

조승일 기자 | 입력 : 2018/01/11 [08:34]

  수천만가지의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단 한가지 행태를 앞세워 악행을 덮으려던 일련의 사건이 있다. 일본 강점기시대에 인명과 재산 뿐만 아니라 국가의 문화까지 약탈해 간 일본이 철도를 놓았줬으므로 한반도 발전에 기여했다는 뉴라이트 논리를 접할 때 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 조병옥 흉상건립에 항의차 서울 강북구청을 방문한 제주4.3사태 관련 단체 회원 일동     © 편집부

 

'백번 잘해도 한번 잘못하면 공은 사라진다'는 우리나라의 격언이 있다. 이 격언 위에 조병옥을 올려놓는다면 어떠한 해답이 나올까? 조병옥은 1947년 시작된 제주 4.3 민간인 학살의 주요 책임자 중 손꼽히는 인물이다.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독립운동' '민주주의정신' 등 나름대로의 치하될 수 있는 공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제주 4.3 사태 이후 조병옥은 그동안 그가 지내온 행적과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그는“대한민국을 위해 온 섬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태워버려야 한다”는 잔악한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 4.3사태는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조병옥이 '빨갱이'였다는 확신할 만한 수사나 물증없이 내린 발포명령 이었기에 제주도민들로서는 恨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인물로 기억하고 있다. 이런 인물을 흉상을 세워 기념한다는 것은 또 다른 민간인 학살 주범을 양산해도 괜찮다는 해석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조병옥과 같은 인물의 기념은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이 세간의 중론이다.

 

▲ 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과 면담중인 제주4.3사태 관련 단체 회원들     ©편집부

 

그동안 서울 강북구청은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16인 흉상 건립사업 진행중이었으나 제주4·3 단체들은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16인 흉상 건립사업 대상에 미군정청 경무부장 출신으로 제주4·3 민간인 학살의 주요 책임자인 조병옥을 포함 시킨 것에 대해 강력한 항의로 잠정 중단키로 결정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1월 10일(수) 오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양윤경),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상임공동대표 강정효),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상임공동대표 정연순) 등 제주4·3 단체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강북구청 구청장실에서 제주4·3 단체 관계자들을 직접 만난 박겸수 구청장은 “일단 작업은 중단하겠다”며 “각계와 내부의 의견을 수렴하고 고민하는 기간을 갖은 후 오는 15일까지 조병옥 제외 여부에 대한 답을 주겠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4·3 단체는 지난 11월 30일 공동명의로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16인 흉상 건립사업’ 대상에서 조병옥을 제외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구했고, 이어 박겸수 강북구청장과의 면담도 정식으로 요청했다. 이에 대해 강북구청은 12월 한 달 동안 ‘검토’라는 기본적인 입장 만을 반복한 바 있다. 


한편 10월 말 강북구청이 공개한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흉상 건립계획 공모 및 지침서에 따르면,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명예를 선양하고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자 사업비 2억2000만원을 들여 여운형, 신익희, 손병희, 이준 등이 포함된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15인의 흉상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면담 결과에 대해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 측은 “강북구가 조병옥을 흉상 건립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4·3 희생자와 유족들에게는 큰 충격이며, 제주도민을 무시하는 무책임한 처사였다”며 “더욱이 4·3 70주년을 맞아 4·3의 올바른 진상규명과 진정한 명예회복을 통해 역사에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도민적·국민적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범국민위원회는 “정치적·역사적·국민적 평가에 있어 논란이 되는 인물을 선정해 그 뜻을 기린다면 이 사업의 취지는 심각하게 퇴색될 뿐만 아니라 이에 공감하지 않는 시민들의 반발과 저항에 부딪혀 논란만 더욱 키울 뿐“이라며 “박겸수 구청장은 더 이상 논란을 키우지 말고 하루빨리 조병옥을 흉상 건립대상에서 제외하는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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